이 협약이 통과되기 무섭게 발표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한국은 문화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해 협약의 채택에 찬성했으나, 이 협약이 WTO등 다른 협약상의 권리 및 의무의 변경으로 해석되면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던 한국정부여서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협약통과를 줄기차게 반대해온 미국의 논리를 그대로 확인한 전형적인 ‘눈치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러한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협약의 조속한 비준뿐이다.
문화다양성협약은 할리우드영화를 필두로 한 미국 중심의 문화 획일화를 반대하는 의미이면서 각국이 자국의 문화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가 자본 증식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현 시대에 문화를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일이며 다른 의미에서의 주권을 지키는 일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문화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며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수단을 채택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주권을 지니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은 분명 획기적인 변화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문화침략으로 인해 심각한 곡절과 왜곡을 겪고 있다는 것에 비춰보면 이는 한 국가에게 있어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사항이 아닌 것이다.
세계는 지금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한국의 비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침략에 대응하고 자국의 문화를 보호, 증진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회는 하루빨리 문화다양성협약을 비준해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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