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검사 출신들 재벌사 사외이사로… 문제없나
[사설] 판검사 출신들 재벌사 사외이사로… 문제없나
  • 충남일보
  • 승인 2019.03.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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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출신들이 대거 대기업 사외이사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 기업 분석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57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267개) 사외이사 이력을 조사한 결과, 857명 가운데 전직 판검사가 102명에 달했다.

재계(기업) 출신이 154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판·검사 출신 중에는 검찰총장, 지검장, 법원장 등 최고위직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재벌사 사외이사가 되면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재벌사의 각종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사들의 행위 중 어떤 것이 불법에 해당하는지는 그 기업의 실무자들도 너무 잘 안다. 판·검사 출신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는 재벌사의 바람막이 역할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재벌사들은 각종 불법행위로 처벌받을 위기에 몰리는 총수와 가족들, 경영진을 도와줄 전직 판·검사가 절실하게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약자들을 돕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전직 판·검사가 재벌 총수 가족의 불법과 편법을 옹호하는 일을 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 본인들로서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판·검사 출신의 사외이사 진출은 한국 사법부의 불공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년 국제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140개국 가운데 한국은 경쟁력 종합순위에서 1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성 수준은 63위로 중간 정도에 그쳤다.
이는 자메이카(40위). 인도네시아(50위), 말레이시아(33위), 사우디아라비아(24위), 케냐(51위)보다 못한 수준이다.

전·현직 판검사들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와 판결이 출렁이지 않았는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재벌사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거나 그러고자 하는 전·현직 판·검사는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봐야 한다. 왜 그 일을 하는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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