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층간소음, 닫혀가는 사회가 문제 아닌가
[한내국 칼럼] 층간소음, 닫혀가는 사회가 문제 아닌가
  • 한내국 세종본부 국장
  • 승인 2019.05.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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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문화의 생활화로 편안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주거생활의 단꿈이 층간소음 문제로 악몽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어 걱정이다.

2008년 어느날 일본특파원으로 일하는 친구의 초청으로 우리 가족이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평소 흡연을 하던 나는 외국여행을 할 때면 늘 걱정이 되었던 게 흡연문제였다.

친구가 거주하는 곳은 도쿄 한복판의 아파트다. 저층이긴 했지만 몰래 한 모금이라도 피워 볼 생각에 베란다로 나갔다가 친구에게 된통 혼이 난 적이 있었다.
아파트 그것도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은 ‘죽어도’ 용납이 안된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붙였던 담배불을 황급히 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는 다음날, 동네 슈퍼 입구에 마련되어 있던 작은 흡연구역. 일본사람들은 그 안에서 조용히 흡연을 하고 안전하게 꽁초를 정리한 다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물론 담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문화와 생각이 달랐다. 공동체 안에서 남에게 피해가 가면 안된다는 문화가 달랐고 그런 행동을 하는 내 자신이 용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달랐다. 이후 타인을 배려하는 생각으로 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나머지는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에 산다. 단독주택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생활공간이 공동생활권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취약해 거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늑하고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사람은 늘어가지만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개선되지 않아 이제 이 문제는 ‘불편’을 넘어 ‘고통’이 되고 있다. 아파트 거주민치고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운 이가 드물 정도다.

과거에는 그래도 요즘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이 덜했다. 오가면서 서로 인사하고 지냈고 아이들이 뛰놀며 내는 소리에도 ‘애들이 크면서 다 그렇지. 우리 애들도 그랬잖아’ 하면서 지나갔다. 나중에 만나면 웃으면서 말하고 또 조심하겠다고 웃으면서 그렇게 지나갔다. 이유는 ‘서로 소통’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어떤 가족들이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함께사는 주민들에게 눈인사조차 하지 않고 산다. 한마디로 단절 그자체다. 그러니 온전하게 이웃을 이해하려는 배려나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

닫혀가는 마음을 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 배려와 아량의 마음이 없어질 수록 삶의 질 또한 나날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절감해야 한다. 열린 사회로 가는 노력 이제부터 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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