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청원 진정한 국민소통의 장 아쉽다
[사설] 국민청원 진정한 국민소통의 장 아쉽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5.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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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이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모토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신설된 제도가 청와대 게시판이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신설된 게시판은 2011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한 위더피풀을 참고한 것이다. 청원은 정치개혁 등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 여론 감정이 반영되는 등 청원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그간 국민 여론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 여겨졌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추천순 청원글도 여론의 감정이 한눈에 보일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계시판이 정치판의 투쟁장으로 변해 당초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을 시작으로 정치 관련 청원이 봇물을 이루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졌다.

그간 청와대가 정치 관련 청원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누리려다 스스로 국민청원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천자 20만 명의 요건이 충족되면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가 답변하는데, 도대체 어떤 답변을 내놓겠다는 말인가?

정치성의 청원은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에 가깝고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등 청원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폐쇄를 청원한다’까지 등장했으니 어이가 없다.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정치권은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정당 해산이 아니라 아예 국회를 해체야 할 지경이다.
민생은 아예 뒷전에 둔 채 막말과 고성, 몸싸움과 농성이 난무하는 구태는 이젠 고질병이 됐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제는 ‘동물 국회’라는 말까지 거리낌없이 나오겠는가.

청원에 나타난 숫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 모양이다. 상대 진영의 숫자를 올리기 위해 양측 지지자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인다는 소리도 들린다. 청와대 스스로 갈등과 상호 비방을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변질시킨 책임이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위더피플’ 게시판은 ‘선출직 공직자의 반대 및 지지’ ‘연방정부 권한에 벗어나는 청원’ 등을 엄격하게 제재한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껍질만 흉내 내지 말고, 새로운 개편을 통해 진정한 국민소통의 장으로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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