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얼어붙은 정국 또 경색시킬 일 터졌다
[사설] 얼어붙은 정국 또 경색시킬 일 터졌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5.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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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이하불정관(李下不整冠)이란 말이 있다.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 인데 ‘남의 의심을 살 짓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만찬을 겸한 사적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여당의 총선 전략을 다루는 싱크탱크 수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적으로 만난 것은 내년 총선과 떼어놓고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 중립을 공약한 문 대통령의 뜻이 제대로 이행될까 하는 의심이 이런데서 나오고 있다.

양 원장은 “지인들과 함께 한 만찬이기에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가 아니었다”고 해명은 했다. 그러나 총선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그 만남이 단순히 ‘밥만 먹는’ 자리였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시간 비공개 미팅을 가진 뒤 귀가하는 과정에서 서울 강남에서 모범택시를 타고 수원 자택으로 귀가했는데 이때 이용한 장거리 택시비용을 식당 주인이 대납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리고 양 원장과 동석한 인사들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말로 밥만 먹었다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비록 독대가 아니더라도 민감한 시기에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회동했다면 부적절한 만남이고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 뿐만아니라 여러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설령 양 원장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정보기구 수장의 만남이 줄 수 있는 정치적 민감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양 원장이 현재의 집권세력 내에서 갖는 위상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양 원장이 정치 복귀 일 주일만에 서훈 국정원장을 만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단독 회동이 아닌 만큼 그의 말대로 ‘민감한 얘기’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예민한 시기에 두 사람의 회동은 분별없는 행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을 더욱 경색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야당은 즉각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은 태생적으로 비밀과 의심 속에서 살아야 하는 만큼 사소한 오해의 빌미도 줘선 안 된다.
기본조차 못 지키는 정보 수장이 맞는지 모르겠다. “민감한 대화 없었다”는 해명을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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