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도 중재 나서… 한·일 대화 실마리 찾자
[사설] 미국도 중재 나서… 한·일 대화 실마리 찾자
  • 충남일보
  • 승인 2019.07.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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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정 기간 분쟁을 일단 멈추는 일종의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하도록 한국과 일본에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한 이 보도는 당국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에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함께 만나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분쟁 중지협정을 제시한 것은 협상 기간 일체의 갈등 행위를 멈춘 채 시간을 갖고 대화에 나서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양측간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고조되는 싸움의 열기를 식히면서 해법을 찾는 계기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강경 입장을 고수해온 두 나라는 한발짝 떨어져 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 분쟁이 해소되지 못하면 두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양측이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주요 부품 수출규제를 강행하고, 나아가 한국을 백색 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은 국가 간 분업체계를 흔들어 일본에도 부메랑으로 돌아갈 게 분명하다.

자유무역 질서를 파괴한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되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응 수단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해 강공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한국의 총력대응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일본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외교·안보 분야의 한미일 협력관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다음 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한미일 3국 외무장관이 태국에서 열리는 ARF에서 만나 3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은 날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일단 강경방침을 버리고 대화를 모색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강경화 장관은 ARF 참석을 위해 31일 출국했다. 이 포럼은 한일 갈등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당사자 간 해결’에 무게를 둬왔던 트럼프 행정부까지 중재에 나선 만큼 이제는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감정을 앞세우는 행동으로는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적절한 계기에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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