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비 분담기준은 거래기술 아닌 ‘합리·공정’
[사설] 방위비 분담기준은 거래기술 아닌 ‘합리·공정’
  • 충남일보
  • 승인 2019.08.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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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또 드러내 그 의중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에게 한미 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평가하고 축소된 형태로 진행된 최근 훈련에 대해서도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잇단 발언에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그로서는 북한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해 일정 성과를 내야 하기에 북한을 달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속내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관철하기 위한 기선잡기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국 이익이 우선이라고 해도 동맹국을 겨냥해 지나치게 돈 중심의 발언을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한미는 이르면 9월 중순 내년 이후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티모시 베츠 미국 국무부 협상 대표가 지난 20일 장원삼 외교부 협상 대표를 만나 협상 개시일을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 3월 협상에서 올해 한국의 분담금 수준을 작년의 9602억 원보다 8.2% 인상한 1조 389억 원으로 정했다.

미국은 한국이 이제 부유한 나라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속해서 압박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직·간접 비용까지 모두 합해 올해의 6배에 가까운 수준을 내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무리 협상용이라고 하지만 비상식적으로 과도한 수준이 언급되는 자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안보 협력을 위한 공동의 비용이라는 개념을 도외시하고 한국만 훨씬 더 이익을 챙긴다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미국 정부는 한일 갈등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이를 정도로 악화했는데도 적극적인 중재 노력 없이 방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하자 그제야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했고 그전에는 이렇다 할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무리하게 경제보복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미국 정부가 동맹의 역할 대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경제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런 이유로 미국 언론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유지와 관리를 소홀히 하고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한다. 분담금은 거래의 기술이 아닌 합리와 공정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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