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불교의 중요사원중의 하나인 라브랑 사원이 있는 샤허라는 작은 도시에서 장기간 거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라싸를 중심으로 이곳은 2000여km정도 떨어져 있는 변두리 산골오지였으며 중국의 베이징에서도 약 2000km가 떨어진 오지입니다.
이런 곳에 몽고 칭기스칸 왕족이 후원을 하여 이곳 사람이 살지 않았던 초원 위에 라브랑사원을 세웠으며 그들은 사원을 바라볼 때 왼쪽 백탑이 있는 곳에 장원(귀족들이나 왕족들의 집으로 농장을 소유한 저택입니다.)을 지어 살았습니다.
사원이 생기니 승려들은 사원 앞에 지붕이 평평한 흙집의 승방들을 지어 살며 승려들을 따라온 가족들은 사원 앞을 지나는 강 아래에 모여 살았으며 사원에 딸린 토지를 경작하거나 목축을 하던 사람들은 사원에서 샹커 초원으로 나가는 길목에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원 안에서 제작을 하다가 점점 더 사람들이 모여드니 사원 아래에서 사원에서 사용하는 용품들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거리가 생겨나 이를 “총라”라고 부릅니다.
그곳에서는 승려들과 순례자들을 위한 불교용품을 제작, 판매를 하며 초원에서 유목활동을 하다가 법회기간에 맞춰 초원의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유목용품과 생필품들을 구입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끝이지 않은 초원의 작은 거점도시가 되었습니다. 큰길에 자리한 “총라”거리의 뒤편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흙집들이 있습니다. 거기는 사원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로 돈을 벌러 찾아온 다른지역의 티벳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산동네와 같은 마을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거리의 악사가 방 한 칸을 얻어서 살고 사원아래 승방에 살지 못하는 젊은 승려들은 가족들과 살기도 하고 초원의 삶을 버리고 도시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그길 안을 걷다가 보면 하수시설이 없어 악취도 나지만 고원의 햇살에 부서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좁고 가느다란 골목길 담장안에서는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와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산비탈 끝집에는 흙먼지를 날리며 동네 꼬마들이 이리저리 골목 안을 뛰어다니다가 만난 이방인에게 말도 걸어오며 호기심 어린 눈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어느 집 앞에는 흙바닥에 털썩 앉은 아이가 울고 대문 안에서는 화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뭔가 잘못을 해서 벌로 쫓아낸듯하며 골목 한 켠에는 염소며 송아지며 가축을 기르고 늦은 오후쯤에는 누나가 어린 동생을 대리고 골목길 안에서 엄마가 올 때까지 함께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노는 풍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큰비가 내려 산 위의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 동네사람들이 모두 나와 토사를 쓸어내어 청소를 하고 아직도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은 동네에 공동상수도가 들어오면 함께 일을 하여 설치를 합니다.
이는 우리의 예전 골목길 안의 풍경과 다르지 않는 사람 사는 모습들입니다. 이렇게 걷다가 보면 어느새 사원 앞에 다다릅니다. 여기의 모든 길은 사원으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