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유월을 축복되게 하는 기도
[제언]유월을 축복되게 하는 기도
  • 충남일보
  • 승인 2008.06.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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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이 나 아닌 이웃과 국가를 위하여 무언가를 봉사하고 사랑하는 방법과 정도 또한 모두가 같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천차만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나라의 주권이 강압에 의하여 침탈당했을 때 일신의 안위와 영화를 돌보지 않고 헌신·희생한 순국선열이 있었던 반면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조국을 버리고 부귀를 쫓는 사람도 있었다.
조국수호의 과정에서도 존엄한 일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 산화한 충혼의 넋이 된 수많은 분들이 있기도 했지만 자신의 안위만을 사람들 또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또 아니다. 흔들리는 풀잎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민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더 많았다. 그들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고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희망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끈질긴 우리 역사의 모습처럼 늘 우리와 함께 이 땅에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의 수난기에 그들의 모습은 뼈를 묻고 살아온 터전을 뒤로하고 이역만리 타국 땅 시베리아로 만주로 기약 없는 이주를 하는 행렬이 되었다가, 동족상잔의 피난길에는 끊어진 한강철교를 잇는 인간 띠가 되어 동토로 변한 한강을 건너는 길 잃은 무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유월, 이제 이 산야는 손과 손에 꽃을 든 오색의 추모와 위로의 마음으로 이어진 물결로 하나가 되고 있다.
진혼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땅에는 너와 내가 갈라지는 슬픔이 없고 시기와 미움으로 멀어진 갈등이 없겠으며 가진 자와 부족한 자의 다툼이 없을 것이다.
누구는 그랬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모래알처럼 흩어진 우리 민족에게 남겨진 유일한 것은 희망 뿐” 이라고. 희망이 없는 민족에게 조국을 위한 충의로움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알량한 것인가. 유월에는 그토록 갈라져 아픈 상처가 아물고 이해와 관용으로 갈등의 골이 하나 둘 메워져 희망과 기쁨이 기다려지는 달이고 싶다.
나 혼자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나라위한 헌신과 희생이 얼마나 명예로운가를 기쁨으로 깨닫는 날이고 싶다.
유월은 이렇게 하나 되는 보훈의 마음으로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축복되게 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 대전지방보훈청 보상과장 여 명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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