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미세먼지의 계절, 전기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자
[임은정 칼럼] 미세먼지의 계절, 전기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자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0.2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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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역시 가을이다. 하늘이 높고 바람 끝이 서늘하니 들숨날숨이 쉬어지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니, 그야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사실 ‘천고마비’의 어원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수천 년간 중국 백성들에게 두려움에 대상이었던 흉노족(匈奴族)은 그 엄청난 기동력으로 중국 북방을 휩쓸고 다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곤 했다고 하는데,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이제 가을이 깊어 말이 살찌는 때라 곧 흉노족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푸른 가을 하늘 밑으로 펼쳐진 금수강산에 감복하다가도 곧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을 생각하면 마음 한 편에 이내 먹구름이 끼는 듯하다. 당장 중국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국외발 미세먼지가 수도권과 중서부 지역을 뒤덮는다고 하니 서글퍼진다.
 
그러나 우리의 잿빛 하늘이 과연 중국만의 탓일까? 워낙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한반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야 부정할 수 없을 테지만, 중국‘만’을 탓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당장 한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보면 1차 에너지에서만도 30퍼센트 가량, 전력생산 실적에서는 무려 40퍼센트 가량을 석탄이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석탄화력발전소는 유난히 충남에 밀집되어 있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에 있는 시설들을 합치면 전국의 석탄발전소 중 절반 가까이가 충남에 있는 셈이다. 곧 들이닥칠 겨울에 석탄발전소들이 뿜어낼 미세먼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혀 온다.
현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금하고, 경제성이 맞지 않는 노후석탄발전소를 폐기해 나가고, 세제개편 등을 통해 석탄발전을 과감하게 감축해 나가려는 방향성을 세운 것을 지지해 마지않는 바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단기간 내에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국가주도의 산업정책이 실로 과감하게 단행됐고, 공공인프라 및 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하였고, 국민이 근면 성실하게 맡은 바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인식 속에는 ‘전기’를 다른 일반 소비재와 같이 상품으로 보는 인식 보다는, 마땅히 ‘싸게’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일환처럼 여기는 습관이 배어 버린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미세먼지는 괴롭지만, 전기는 싸게 쓰고 싶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현실적으로 석탄만큼 경제성이 높은 전력원은 찾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에 의존하며,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수치를 끌어올리는 개발모델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전기’이다. 전력 시장 개혁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에 앞서 국민들이 ‘전기’를 일반 상품처럼 인식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전력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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