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비상구가 없다
위기의 한국, 비상구가 없다
고유가 물가불안 서민생활 곳곳 ‘암초’
  • 한내국·고일용·강성대 기자
  • 승인 2008.06.09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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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달러 눈앞… 비상시국 다가와
야당 ‘대책미흡 보완 촉구’… 국회마비

국제유가 상승세가 급등하며 금명간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유가폭풍이 국민생활과 전산업에 충격파로 현실화되고 있지만 잇따른 정쟁과 쇠고기문제 등에 걸려 한국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를 포함한 세계적 유가불안은 미국의 금리인하 마감 전망과 고유가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한 지 이틀만에 140달러에 육박하자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자취를 감췄으며 미국증시도 서브프라임이 발동되는 등 추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유가를 끌어올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위협 등 지정학적 불안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해마다 유가상승을 유발한 미국 허리케인 시즌이 곧 시작돼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아시아의 수요 증가를 이유로 한 달 안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경기 둔화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투자자금이 원유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어 유가 상승세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도 유가급등으로 인한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대책을 추진하는 등 비상시국에 대비하고 있으나 잇따른 쇠고기파문 등으로 국회가 개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내각이 총사퇴까지 나오는 마당이어서 국정마비상태가 국가적 위험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커지고 있다.
9일 전문가들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유가위기가 국내상황과 겹쳐 자칫 시간을 놓치면 더 큰 충격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오일쇼크 현실화 됐다
최근 국제유가는 달러화 가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의 주요 변수인 수요와 공급은 급변하지 않지만 원유시장의 투자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폭등한 유가는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오일 쇼크가 현실화했다. 세계 경제상황이나 일부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 등을 고려하면 배럴당 150달러, 200달러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타격이다. 유가 압력으로 이미 5%에 다가선 소비자물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저소득 서민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쇠고기 문제로 인해 ‘촛불 민심’에 발목이 잡힌 정부는 경제를 돌볼 겨를이 없다.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고물가’ 서민압박 진행
국제유가의 폭등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서민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물가 상승을 촉발하면서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최근에는 경유값 급등으로 농·어민과 자영업자 등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서민·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검토하는 등 연일 고유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외변수인 유가의 급등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막대한 10조여원을 투입한다는 대책도 문제가 적지않아 파업 등 사회문제를 흡수시키지 못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물가다. 국제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
2005년 이후 2%대로 안정적이었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 이후 3%대로 올라서면서 올해 5월까지 8개월째 고공비행중이다.
특히 소비자물가는 4월 4.1%, 5월 4.9% 등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3.5%를 크게 벗어나면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면서 유가 급등 기세가 서민들의 한숨, 절망이 가득한 절규로 변하고 있다.
출퇴근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고 휘발유나 경유차를 가격이 더 싼 LPG차로 바꾸거나 아예 차를 팔아 버리려는 움직임마저 일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개인 용달업자 등 생업에 차가 필수적인 사람들은 자고 나면 치솟는 기름값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좀처럼 일손을 잡지 못 하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초비상’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접근하며 유가 폭등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자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비상 대책에 돌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 해운, 정유 등 원유 가격이 수익과 직결되는 업종들은 고유가 시대에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과 비행 편수 줄이기, 감원 등 고강도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매출의 50% 가량을 유류 구입비로 쓰고 있는 항공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 계획에 유가를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잡았지만 유가가 치솟자 연초부터 비상 경영 체제로 들어갔다.
더구나 환율마저 크게 올라 이들 항공사의 원유가 부담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연간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농·어민 생업포기
국제유가가 최근 폭등세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생산비 부담에 시달리던 농·어민들이 면세유와 자재값 상승으로 생업 포기 여부를 고민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 각 시·도와 농·어민단체 등에 따르면 농민들의 경우 기름값 부담이 배 가까이 늘면서 생산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고 어민들도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촌인력 부족으로 대체된 기계작농으로 분주해진 모내기철인 요즘 트랙터을 움직이는데는 면세 경유가 하루 30~40ℓ 들어가지만 기름 가격은 지난해말 ℓ당 700~800원대에서 1200원을 훌쩍 넘기는 등 기름값 부담이 거의 2배로 늘었다.
비료값도 지난해 6~7000원 하던 것이 1만3000~1만7000원까지 오른데 이어 앞으로도 45% 정도 더 오를 태세여서 농가의 줄도산도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충격파 대처 시급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단기간 폭등하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훨씬 클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급등은 물가불안에 이은 구매력 저하,내수위축,성장률 둔화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유가급등은 외부 요인으로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만으로는 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민이 에너지 절약을 통해 고유가를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 미국의 폭격설 등 악재가 상존하는 한 유가불안이 가속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해지면 전 세계적인 정정 불안도 약간 해소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또 다른 국면인 것 같다. 일종의 새로운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유가가 얼마큼 더 오를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정부불안이 기회 놓친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국내불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쇠고기파동으로 위기대처능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어렵게 출범한 정부가 쇠고기 문제와 여러 특성상 정상적인 업무가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국회가 개원도 하지 못해 정부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국내불안의 장기화로 대책마련의 기회를 놓칠 경우 그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목줄을 죄어오는 서민고통을 효율적으로 완충하는 국가적이고 총체적인 비상대책기구가 만들어져 운영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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