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가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우울하게 시작되었다. 이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소위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실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수입된 이국적인 맛의 과일이나 양질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글로벌화의 이득이라면,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것은 글로벌화의 리스크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한 사회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제노포비아(이방인혐오), 특히 중국인들의 식습관에 대한 혐오나 중국인 기피 현상이 여기저기서 확산되고 있고, 가짜뉴스들도 거침없이 퍼져나간다. 신종 바이러스가 신종 사회현상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충남에서도 사회적인 갈등이 야기되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우한에서 귀국하는 우리 교민들을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에 격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격리한다고 발표했다.
급작스럽게 보이는 통보에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농기계까지 동원된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SNS 상에서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면서 귀국한 교민들은 무사히 정해진 시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충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유독 우리 정부는 “DADA(Decide-Anno unce-Defend-Abandon)” 방식으로 대처한 적이 많았다. DADA란 정부가 결정(Decide)한 상태에서 발표(Announce)하고, 반대여론에 부딪히면 방어(Defend)하다 결국 포기(A bandon)해 버리는 패턴을 일컫는 용어이다.
경주로 간 중저준위방사선폐기물 처분장도, 제주 강정마을로 간 해군기지도, 충남 당진항에 쌓아두어 문제가 됐던 라돈침대도, 그 결정의 과정 속에서 중앙정부의 일방성엔 변함이 없었다. 정권은 바뀌었어도 말이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세종대왕은 의견수렴의 노력을 다한 훌륭한 정치가였다. 토지세의 일종인 공법을 실시하려 할 때에도 조정 대신은 물론, 지방의 관리나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무려 17만 명이 넘는 이들의 의견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미리 주변 땅을 넓게 파는 준비를 하듯이 중대한 결정일수록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측에 양해를 구하려는 행동이 선행되어야 불필요한 사회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겸허한 태도가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자리 잡아 우리의 정치 문화가 변화되어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