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 국민이 죽어가던 날‘생뚱맞은’ 대북 손내밀기라
[金寅鐵 칼럼] 국민이 죽어가던 날‘생뚱맞은’ 대북 손내밀기라
  • 김인철 국장
  • 승인 2008.07.1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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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어지기 어려운 비인도적 사건인 동시에 우리 정부의 존재의미를 무색케 하는 한심스런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금강산에서 우리 측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안 것은 11일 오후 1시30분쯤으로 국회 연설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다. 이 대통령은 관저에서 이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처음에 준비했던 연설 내용을 그대로 낭독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큰 방향을 강물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가운데 돌출적 사안도 생길 수 있다”며 “두 사안을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대북정책 기조가 사건사고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으로부터 무려 6시간이 넘도록 방치된 경위야 정부가 좀더 조사해서 정확한 경위를 내놓아야만 할 것이지만, 적어도 국가 최고 통치자에게 이렇게 늦게 보고되고 또 그걸 사소한 일로 치부해 경우에 안맞게 당일 대북제의를 하고 나서는 모양새는 그간 쇠고기 파동 등으로 높아진 우리 정부의 무능과 비신뢰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같아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관광객들 수백, 수천 명이 늘상 북한 금강산 관광에 나서는 바람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감각해진 까닭이란 말인가.
먼 해외에서 터진 우리 교민에 대한 안전사고도 아니고,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북한에서의 피격사건이 미칠 파장을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는 청와대 참모진들과 관계당국의 무력함에 놀라울 뿐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전까지 ‘총격에 의한 사망’, ‘질병 사망’이라는 엇갈린 보고로 혼선이 있었고, 이미 연설문이 배포된 상황에서 대북 제안 부분만 읽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의 잠정 중단을 논의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대북 대화 제안을 한 직후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을 결정했다. 뒤죽박죽도 이런 뒤죽박죽이 없다. 한날 한시에 대통령은 북한에 손을 내밀고, 정부는 손을 거둬들였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의아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박씨 한 생명이 아니고, 관광객으로 올라간 수백 수천명이 의도된 북한의 공작에 의해 집단억류든 생명에 대한 위협이든 하는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당해야 큰 일난 줄 알고 덤빌려는 것일까.
그동안 좌측에 있는 세력들로부터 쇠고기 공격을 당하고, 야권 등으로부터 6·15 및 10·4 남북공동성명의 수용을 하지 않는다고 숱하게 공격을 당해온 것을 일거에 털어버리며, 역공이라도 취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대북 제의를 해온 것이라면,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스탠스와도 안맞을 뿐 아니라 현 정국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국전환용으로 밖에 인식되어질 수 없다.
이래 저래 줏대 없이 놀아나는 정부 모양새가 영 보기에 좋지가 않다. 대북 정책이든, 대일 정책이든, 제발 국민의 의견을 묻고 전환을 하든 해야 이 정부는 욕을 덜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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