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메달 딴 것이 무슨 잘못인가
[기자수첩] 은메달 딴 것이 무슨 잘못인가
  • 황순정 기자
  • 승인 2008.08.18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딴 왕기춘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에서 고개를 떨군채 그는 금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도 한국 첫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금메달을 못 따 죄송하다고 했다.
유도의 최민호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그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주위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딴 지금 동메달과 금메달의 차이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지난 4년 동안의 자책감의 고통이 녹아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한 대표팀 선수들은 오직 이날을 위해 지난 4년을 남모를 눈물과 땀을 흘리며 고된 훈련을 참아왔다.
세계무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그들의 노력과 인내는 우리사회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
은이나 동메달이라도 이미 그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해 주고 다음에 다시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격려가 필요했다.
그래야 패자에게도 기회는 돌아오고, 이들이 미래의 금메달 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땄으니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군 선수가 나오는 것은 지나치게 1등에 집착하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에서부터 성적대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2등은 우리사회의 패자로 남아야 하는 토양에서는 결코, 내일의 1등을 키워내기 어렵다.
비록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지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다.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승자, 패자 구분 없이 모두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