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김아중·전지현 두 미녀의 공통점과 차이점
‘신데렐라’ 김아중·전지현 두 미녀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화 첫 주연작 두 배우 모두 흥행 성공
  • 【뉴시스】
  • 승인 2008.09.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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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 차기작, 티켓파워 이어갈지…


영화배우 김아중이 드디어 차기작을 결정했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2년 만이다.
김아중 캐스팅을 확정한 영화 ‘29년’은 만화가 강풀의 ‘26년’이 원작,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이들이 29년 뒤 다시 모여 계엄군 책임자로 훗날 대통령이 된 ‘그 사람’의 암살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김아중은 5·18 당시 어머니를 잃은 광주 출신 사격선수로 등장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원더키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이달 중 첫 촬영, 개봉은 내년께로 예상된다. 김아중의 컴백은 여러모로 주목을 살 만하다. 김아중은 이른바 ‘신데렐라’다. 영화 첫 주연작 ‘미녀는 괴로워’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 지난 2006~200
7년 겨울 시즌을 독식하며 무려 662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대종상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영화 속 삽입곡 ‘마리아’를 직접 불러 각종 가요차트 1위를 차지했다.
어딜 가나 그녀 모습 그녀 노래로 그득 찼다. 그리고는 2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간간히 CF를 통해서만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컴백작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컴백 방식은 어딘지 낯설지가 않다. 21세기 한국영화계에 등장했던 또 한 명의 신데델라, 전지현의 행보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지현 역시 지난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영화계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이전에 2편의 영화출연작이 있었지만 상당부분 CF스타로 더 널리 알려졌었다.
‘엽기적인 그녀’는 지난 2001년 여름을 휘어잡으며 488만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까지 로맨틱 코미디 최고 흥행기록이었다. 역시 연기력을 인정받아 대종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리고는 침묵에 들어갔다. CF 활동만 했다.
2년을 조금 넘긴 뒤 등장한 신작은 암울한 분위기의 공포영화 ‘4인용 식탁’이었다.
기면증을 앓고 있으며 귀신을 볼 수 있는 신비스런 여인 ‘연’ 역을 맡았다. 결과를 보자.
‘4인용 식탁’은 무참히 실패했다.
전국관객 70만명 선에서 그쳤고 평가는 엇갈렸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전지현 연기에 대한 혹평은 한결 같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 카피 수준 캐릭터를 맡은 그리고 그보다 더 조악한 완성도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출연을 서둘렀고 이후 그녀의 티켓파워와 연기평가는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렸다. 그렇다면 김아중도 결국 전지현과 같은 길을 가게 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왜 김아중은 이미 실패로 드러난 ‘전지현 행보’를 카피하고 있는 걸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지현이라고 틀린 행보를 걸었던 건 아니다.
‘신데렐라’가 택해야 할 빅뱅 이후 행보를 제대로 밟았다. 다만 그 세부적 시행에 있어 섬세함이 부족했다. 김아중의 침묵과 ‘29년’ 선택은 전지현의 오류들을 상당부분 보완한 형태다. 일단 빅뱅 이후 침묵 기간을 다소 길게 설정한 것은 옳은 방식이다.
히트작 캐릭터는 침묵을 통해 부드러운 방식으로 죽여 나가는 게 정석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히트작 캐릭터에서 못 벗어나면 이후 커리어는 완전히 무너진다. 물론 그 사이 ‘완전히 잊혀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CF 출연 등으로 일정부분의 인지도 유지는 해줘야 한다. 그러나 전지현과 김아중은 여기서 일단 차이를 보인다. 전지현은 CF에서도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를 상당부분 활용했다. 정확히 말해 이후 전지현 이미지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이러면 강단 있게 설정한 침묵 기간이 별 효용이 없게 된다.
‘엽기적인 그녀’ 캐릭터가 유지되다 갑자기 어둡고 신비스런 여성 역이 들이 밀어진 셈이다.
반면 김아중은 일단 CF 출연 자체가 전지현에 비해 현격히 적었고 ‘미녀는 괴로워’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여러 역할에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 이미지만을 팔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미녀는 괴로워’ 강한나·제니의 말투나 몸짓, 성격, 태도는 김아중에게서 상당부분 떨어져 있다. 남은 것은 흥행작을 터뜨렸다는 스타성과 연기력에 대한 일정부분의 신뢰뿐이다.
이후 차기작 선택에서도 전지현과 김아중은 차이가 있다. 차기작에서 연기 변신을 해야 하는 건 옳은 방식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비책도 생각해둬야 한다. 연기 변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험한 일인 건 맞기 때문이다. 일단 이전 히트작 스타성 하나로 새 이미지까지 관객들이 관심 가져 주리라는 기대는 무리다.
결국 스타성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영화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전지현은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
‘4인용 식탁’은 전지현 혼자 히트시켜야 하는 영화였다. 지난 2003년 당시 시장에는 공포영화가 넘쳐났고 더군다나 ‘4인용 식탁’은 일반 공포영화 트렌드에서도 약간 비껴나간 성찰적 공포였다.
상대역을 맡은 박신양은 이미 티켓파워가 고갈된 상태였다. 그러나 전지현은 이 영화로 ‘자기 실험’과 ‘스타성 유지’를 동시에 꾀해야 할 처지였다. 무리수가 여럿 겹쳤다. 반면 ‘29년’은 정확히 말해 김아중 없이도 승부할 수 있는 영화다. 멀티 캐릭터 영화여서 배우 개개인 티켓파워보다 기획 자체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는 ‘김아중 차기작’에 화제가 집중되고 있지만 개봉 시가 되면 ‘전직 대통령 암살 시도’라는 쇼킹한 소재로 화제가 옮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아중은 ‘차기작도 성공시킨 스타’가 된다. 기획의 힘을 고스란히 자기 티켓파워로 이양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기 변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한편 실패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다. 멀티 캐릭터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거니와 ‘의미 있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면피가 가능해진다.
또 향후 어쩔 수 없이 시도해야 할 연기 변신에 대해 ‘징검다리’를 하나 가볍게 거쳐 옮기는 공식이 선다. 결국 ‘받아들여야만 할 도전’을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시도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신데렐라’의 이후 행보 설정은 사실 가장 까다롭다. 김아중처럼 아귀를 착착 맞춰 나가기가 어렵다.
애초 영화계 ‘신데렐라’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귀엽고 발랄한 역할에 국한돼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체할 신인여배우들은 매년 속속 등장한다. 같은 역할을 맡으면 신선한 후배들에게 밀린다. 다른 역할을 맡자니 무리수가 따른다. 결국 남는 건 부담스러운 히트작 실적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미래 향방뿐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 이후 여러 이미지들을 교차시켜 다작으로 밀고 나가다 3년 만에 스타성 고갈을 맛봤다. 시행착오들을 거쳐 연기파로서 자기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멕 라이언은 이것저것 시도하다 다 안 되니 잘 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밀어붙였다. 그러다 어쩔 수 없는 노화를 맞이했다. 현재는 캐스팅 기피 대상 1순위다. 스타 산업의 발상지 할리우드조차 이런 시행착오들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스타 산업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재 한국영화계 최대 문제 중 하나가 스타들의 티켓파워 부재 현상이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자체가 제작인력 선구화와 스타파워 확충에 기대어 일어났기에 이 같은 현상은 지금 당장이나 긴 시각으로 봤을 때나 모두 위험하다. 특히 여성스타들의 티켓파워가 극단적으로 미약해지고 있는데 이는 상당부분 간간히 등장하는 ‘신데렐라’들마저 제대로 관리를 못해준데 따른다.
‘신데렐라’는 일종의 대중문화 산업 ‘로또’다. 기적적으로 등장하는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다. 이들의 스타성을 단단히 유지시켜 줄 전략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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