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면농협 부실경영 의혹과 그 본질
[기자수첩] 남면농협 부실경영 의혹과 그 본질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8.09.17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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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남면농협의 부실경영 실태를 지켜보는 조합원과 군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제주산 마늘 1000톤을 매입해 보관 중 변질 등으로 4억 33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부실경영 의혹이 제기되자 조합원들은 “마늘 주산지에서 타 지역 마늘이 웬 말이냐”며 반발 중이다.
급기야 조합 대의원들은 임시 총회를 통해 외부 감독기관 내지 상급기관의 회계감사를 받기로 결정,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합 자체감사 결과와 조합원들이 제기한 부실경영 의혹은 위 내용 뿐만이 아니다. ▲직원(前 전무) 퇴직금 중간정산 시 과다 지급된 2800만원을 환입조치 하지 않아 손실을 끼친 점 ▲2007년산 벼 수매분 조기 원가처분 특혜의혹 ▲지난해 결산시 재고자산을 평가손 처리치 않은 것은 명백한 ‘결산분식’이라고 주장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사소한 내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중 ‘결산분식’은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중대 사안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本質)은 ‘농협이 농민을 위해 존재해야 함에도 조합원들의 권익보호나 소득증대 등은 경영진의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남면농협의 마늘 가공공장은 총 사업비 10억원 중 국비와 지방비 4억원이 보조금으로 투입되면서 지난 2004년 11월 23일 준공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사업이다.
당시 이 농협의 조합장은 준공식에서 “태안지역 마늘재배 농가의 소득증대와 태안 6쪽마늘 홍보 및 판매에 선봉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조합원과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계약재배’나 ‘지역농산물 수매’ 등 보조사업의 근본취지는 외면한채 오로지 외지 마늘로 승부를 보겠다는 ‘투기성 경제사업’ 추진으로 조합을 파산의 지경으로 몰고 온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내년 봄에 치러질 조합장 선거만을 의식한 채 누군가가 조합장을 음해하고 있다”는 말로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언동이요, 무책임한 처사다.
설령 사실이 그렇다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다시 한 번 조합장에 당선되길 꿈꾸는 사람이라면 최고 경영자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는 것 정도는 인식하길 바란다.
또 인근 농협들이 고추, 마늘 등 지역농산물 계약재배와 수매과정에서 적잖은 손실을 냈음에도 조합원들이 아무런 불만 없이 조합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 조합 경영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농협의 ‘유통손실 보전자금’이 언제,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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