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뜨거운 국에 데인 나머지 냉채 나물도 후후 불면서 먹는다(懲羹吹除)
[忠 日 時 論] 뜨거운 국에 데인 나머지 냉채 나물도 후후 불면서 먹는다(懲羹吹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8.10.1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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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에 데인 나머지 냉채 나물도 후후 불면서 먹는다는 징갱취제(懲羹吹除)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일에 겁이 나서 조심하는 것을 말하며 굴원이 지은 초사에서 볼 수 있다.
전국시대 말, 초 나라는 합종 책을 취하면서 진 나라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굴원(屈原)은 제 나라와의 동맹을 강화하도록 진언했으며 초 나라 회왕(懷王)도 처음에는 그의 견해를 따랐다.
그러나 진 나라의 재상 장의는 굴원의 반대파들을 매수해 굴원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제 나라와 단교를 하면 진 나라의 육백 리 땅을 주겠다고 회왕에게 제의했다.
장의의 말을 믿은 회왕은 제 나라와 단교를 했으나 장의의 약속을 지켜지지 않자 분노한 회왕은 진 나라를 공격했으나 크게 패하자 회왕은 지난날을 후회하면서 굴원을 다시 등용했다.
10년 뒤 진 나라는 빼앗은 영토를 반환하겠다고 하면서 회왕을 진 나라로 초청하자 굴원은 진 나라를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끝까지 반대했으나 회왕은 동생 자란(子蘭)의 말을 듣고 진 나라로 갔다가 결국 회왕은 진 나라의 포로가 돼 다음해 객사하고 말았다.
굴원은 회왕을 진 나라로 가게 한 재상 자란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오히려 참소를 당해 추방돼 10여 년 간을 나라를 걱정하면서 동정호 근처를 방랑하다가 마침내 울분을 못 참고 멱라수에 빠져 죽었다.
굴원의 초사는 대부분이 이 방랑시절에 쓴 작품인데 불타는 조국애와 고고한 지조, 비분강개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징갱취제는 석송(惜誦)이란 작품의 한 구절로 ‘뜨거운 국에 데인 나머지 냉채 나물도 후후 불면서 먹는구나. 어찌하여 이 뜻을 바꾸지 않는가?’라며 탄식하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거의 매일 끊이지 않고 열린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및 기관 단체장들이 대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행사장을 찾은 명분은 분명 축하와 격려를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마땅히 자치단체장은 환영사를 이어 국회의원과 도의원, 의장 등의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며 그 외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닌 경우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축사나 격려사가 후에 자치단체장의 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올바른 의전이다.
그런데 일부 자치단체장은 지역의 국회의원이 축사나 격려사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하는가 하면 식순에 국회의원의 순서를 넣은 관계 공무원에게 노골적으로 뺄 것을 지시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어 참석자들의 곱지 못한 눈총을 사기도 한다.
의전은 일반적으로 직급에 따라 순서를 정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으로 일반적으로 장관급에 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치단체의 이러한 의도를 자뭇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뇌하며 지역 개발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임에도 이렇듯 국회의원을 홀대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역 발전이라는 대 명제를 두고는 당 색이나 사적인 감정 및 누구의 눈치를 보며 특정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촌극은 이제 그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뜨거운 국에 데인 나머지 냉채 나물도 후후 불면서 먹는다는 징갱취제(懲羹吹除)라는 성어가 의미하듯 지역의 국회의원에게 모아준 주민들의 지지와 차후 실시될 자신의 도전을 의식한 술수라는 것을 주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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