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12월 입니다
[제언] 12월 입니다
  • 충남일보
  • 승인 2008.12.0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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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야 풍년이 기약된다고 했는데…. 교정에는 눈밭에서 뒹구는 아이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아이들 등으로 백설의 세계가 온통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넘쳐납니다.
내 고향 천수만의 12월의 풍경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2월의 천수만의 넓은 들녘에는 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농부의 농심과 그를 품었던 대지의 넉넉함, 그리고 결실, 그리고 결실후의 내일을 위한 엄숙한 휴지의 시간 등이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합니다.
백설이 함께하는 천수만의 들녘에 흐르는 대지의 어김없는 순환, 대자연의 변치 않는 철리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생활이라는 이름에 쫓겨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 또한 12월이면 천수만에 와서 행해지는 나만의 작은 의례가 되었습니다.
세상살이가 점차 각박해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세계 대공황을 예언하는 등 비관적인 관측을 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어느해의 12월보다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경박한 발걸음 소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이런 때 일수록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면서도 겉만 바쁜 경박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부터 회의를 떨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어려운 때일수록 남을 배려하고 같이하며 격조를 갖춘 품격있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격조를 갖춘 삶, 무게 중심이 잡힌 삶을 향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시대·사회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안목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개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하면 삶의 좌표를 잃고 부화뇌동하며 경박한 발걸음 소리를 내면서 오히려 더욱 혼란을 부채질하며 떠돌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직 사리분별이 명확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교원은 시대사회상의 변화가 극심해지는 이러한 때 일수록 안목과 식견이 남달라야한다고 봅니다.
덴마크의 롤프 옌센 미래학연구소장은 정보화사회가 끝나면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즉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문화와 이미지, 스토리, 꿈을 파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격조있는 삶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제품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고 그 회사의 이미지, 즉 브랜드를 보고 물건의 구매를 결정하는 세상, 즉 드림소사이어티 진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아이들은 이런 사회적인 틀이 더욱 강화되어지는 시대에 살아갈 아이들입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교육활동 또한 달라져야합니다.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겨레의 동량지재를 길러내라는 소명을 부여받은 교육자들이 이런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주 무대가 어디가 될 것인가에 깊은 사유 없이 현재의 바쁜 삶의 전수에만 그친다면 이는 미래세대에 대해 큰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향기 있는 삶을 영유하고 남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교육하는 것이야 말로 모두가 어려운 2008년 12월에 교육자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는 다가올 세상을 보는 예지가 남달라야 합니다. 다가오는 시대·사회의 변화에 대해 아이들보다 먼저 깨우치고 느껴야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행할 수 있습니다.
이 12월 무척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지경에 있을수록 자라나는 세대를 걱정하고 교육을 생각하는 국가와 민족만이 그 어려움을 벗어나고 세계의 주역이 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교육자들이 다가오는 미래 세계를 자각하고 그에 맞는 교육청사진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육자들 먼저 격조 있는 삶, 여유를 찾는 삶, 그 여유 속에서 남과 다른 꿈을 꾸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 조 충 호 서산 서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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