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망년회(忘年會)인가! 송년회(送年會) 인가
[독자투고] 망년회(忘年會)인가! 송년회(送年會) 인가
  • 충남일보
  • 승인 2008.12.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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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후한 인심 가운데 담배 인심과 술 인심을 들 수 있다.
생활형편이 다소 어려워지면서 담배값도 올라 한 개비 달라고 하면 농담삼아 끊으라고 핀잔을 주며 건네기도 하지만 세상살이 각박하고 삶의 어깨가 무거울때 오히려 담배보다는 정담(情談)이 오갈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술 한잔 마셔 봄직도 하다.
술은 많이 마셔야 맛이 아니다.
비싼술을 마시고 2차, 3차 차수를 늘려가며 분위기를 바꿔야 술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너사람이면 족하다.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얼굴 불거져 취기에 너스레도 한번 떨어보기도 하자.
어차피 겪고 넘어야 할 인고(忍苦)의 세월, 그래서 무언가 가벼워지고 비워지고 채워질 수 있다면 훨씬 가벼운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다. 어디에선가 읽은 글 중에 유태인의 생활지침서인 탈무드를 보면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베푼 선물이라 한다.
최초의 인간이 포도씨를 뿌리고 있을때 악마가 양, 사자, 돼지, 원숭이의 피를 거름으로 넣었다 한다. 이렇게 해서 포도주가 완성되었고 그래서 술을 마시면 양부터 원숭이에 이르는 속성이 차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마시기 시작할때는 순한 양처럼 온순하다가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와 지고 좀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졌다가는 급기야 원숭이처럼 춤추고 허둥댄다고 했다.
술이 이렇게 조화를 부리는 까닭에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初則人呑酒)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次則酒呑酒)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後則酒呑人)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술에 대한 인심이 후한 나머지 술을먹고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에 대한 것은 서양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도 관대하다.
상대방이 원하든 원치않든 술잔을 돌려가며 술한잔이라도 더 건네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며 술맛이라는 잘못된 음주문화로 과도한 술자리로 이어져 사소한것에 자제를 하지못해 시비가 오가고 서로 싸우는 등의 술에 노예가 되어 버린다.
IMF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라는 요즘 아직도 유명한 술집이 밀집되어 있는곳은 업주마다 예년에 비해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서도 저녁때만 되면 예약 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란다.
술을 먹지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술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만 술먹은 다음이 문제다. 사소한 불만을 참지못해 서로 싸우고 소란을 피우고 음주운전을 하게되어 본인을 비롯한 가족들. 영문도 모르는 제3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습관인 것이다. 음주운전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듯 사회생활 하면서 술자리를 피해갈 수 없지만 술자리에서 일어난후 대리운전 1~2만원 아낀다고 생각하다 평생 되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이젠 바꿔 나가야 할 때인것 같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홀로사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요양원등 불우한 이웃이 의외로 많이 있다.
요즘 일부 기업에서 송년회 회식비용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거나 송년회 대신 날을 잡아 요양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그나마 따뜻하고 훈훈한 겨울이 되고 있다.
흥청망청 한해를 잊으려 술로 보내는 망년회(忘年會)보다는 아쉬운 한해를 보람있고 조용히 보내는 송년회(送年會)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것이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을 내다보는 선진일류 국가의 국민이 아닌가 싶다. 연말연시 많은 술자리, 건강 생각하시고 음주운전 하지 맙시다.

/ 연기경찰서 경무계 이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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