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21일 여당이 추진 중인 쟁점법안의 처리를 오는 25일까지 늦추겠다고 밝히며 야당과 대화 의사를 피력한 것과는 달리 여권 내부적으로는 중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추진해왔음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민주당이 22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당이 겉으로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속으로는 직권상정을 추진하는 ‘이중 플레이’를 해왔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폭로한 ‘국토해양위 토의 결과’에 따르면, 외교통상통일위가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일방상정한 지난 18일 오후 국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병석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하는 문제에 관해 협의한 내용이다.
문건은 “국토위 소관 법률 중 야당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질적인 쟁점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라면서 “이는 MB정부 공기업선진화 시책의 핵심이므로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고 직권상정해 처리함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여당이 쟁점법안의 날치기를 전제로 정부측과 세밀한 부분까지 협의를 벌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협의가 정부와 여당 사이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여당 지도부의 공식 언급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섭 의원 등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법안의 합의처리를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날치기 작전을 수립하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면서 “특히 촉조심의절차 없이 법안 처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여당이 정부와 공모해 날치기를 도모하고 있음을 밝히는 대목이자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