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대흥동 연가 제3장 방황
[연재]대흥동 연가 제3장 방황
(35) 하룻밤만 신세지고 갔으면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4.16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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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류의 긴 머리칼과 축 늘어진 어깨 위로 별빛이 그림처럼 부서지고 희끄므레한 달빛이 까아만 어둠속에서 그렇게 묻어나고 있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앞에 도착하니 방 두어칸에 허름한 시골집이었다. 그류는 헛기침 두어 번하고서 주인장을 찾았다.
“허헛- - 계신가요? 주인자앙--”
잠시 방문이 삐이걱 열리며 나이가 많이 든 듯한 노파가 허리가 꾸부정한 채 걸어 나오며 묻는다.
“얼레 이 밤에 누가 찾아 왔디여?”
“예, 지나가는 나그네이오만 밤도 늦고 갈 길이 멀어서 하룻밤만 신세지고 갔으면 합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노파는 곤란하는 듯 말했다.
“아이고 워쩌나 이 집에 나 혼자 살고 있어서 말이어?”
“할머니 괜찮습니다. 손자 벌 같은 사람인데요”
할머니는 그류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아이구 뭔 말여? 버젓이 바지 입은 사내놈이 분명 허구먼 말이여”
“바지만 입었지 지나는 나그네에 불과합니다. 허허헛---”
“글씨, 워쩌나…”
노파는 약간 곤란해 하더니 다시 말했다.
“하룻밤만 자구 가는 것이여 누추는 하지만서두”
그류는 고개를 숙이며 합장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나이가 팔순에 들어선 듯한 노파의 뒤를 따라 들어간 방은 누추해 보이고 연만한 노인이 사는 냄새가 났다.
그리고 금방 까먹은 것인 양 잘 쪄 논 고구마를 먹은 뒷자리가 보였다.
“그나저나 앉으시우. 그리고 이것은 지난 가을 저 너머 뙈기밭에 심은 고 구머인디 한 번 잡숴봐요”하며 고구마를 권한다.
그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고구마를 먹었다.
주먹만 한 고구마를 집으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노파는 혼자 오래 살았음직한 내 음으로 집안은 쾌쾌해 보였다.
그리고 불빛 너머로 여인 같은 노파가 미소를 보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피곤 헐텐디 이쪽이다 자리를 펼텅게 쉬이쇼이 잉 그리구 내는 저쪽 모탱이로 가서 잘 것이구먼”
그러자 그류는 반색을 하였다.
“아니? 할머니 저는 지나는 나그네인데 어찌 객이 이쪽 아랫목에서 잔단 말 입니까 그러니 이쪽으로 오세요”
“월레, 그럼 댁 허구 나 허구 나란히 누워 내외 허자는 것인 감 시방?”
그류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헛-- 아니 그래도 어찌 나그네가 따듯한 아랫목을 차지하고 잠을 자느냐는 뜻 입니다”
노파는 이내 반색을 하며 다시 허리가 꾸부정한 몸으로 그류쪽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말한다.
“그려두 그렇치 남녀 칠세 부동석 인디…”
“할머니 그나저나 웬일로 혼자서 사세요. 이렇게 쓸쓸한 촌가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우실 텐데”
노파는 손으로 주름진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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