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입춘<立春>날에
[제 언] 입춘<立春>날에
  • 충남일보
  • 승인 2009.02.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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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 가고 어느새 봄이 다가서고 있다.
입춘이라고 달력에 적혀있는 것을 보며 이제는 따듯한 봄날이 세상을 달래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도 봄이 된 느낌이 든다. 실로 봄을 알리는 입춘은 일년을 여는 날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옛날에는 입춘을 설날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설날은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이어서 정월 초하루를 가리켜 설날이라 하는데, 입춘을 설날이라 한 이유는 일년 동안 일을 하려면 날씨가 따스한 계절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게 되는 봄의 첫날, 특히 옛날에는 농경사회여서 농사일을 시작하는 봄을 가리켜 입춘을 설날이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입춘날이 되면 입춘방(立春榜)이라는 글귀를 써서 집안이곳 저 곳에 써서 붙였다. 대문에도 붙이고 안방 문 위에도 붙이고 기둥에도 붓으로 굵게 써서 붙였다.
입춘방 문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가 행운을 기원하는 축문이었다. 복(福)을 비는 마음으로 써서 집안 곳곳에 써서 붙였다. 입춘방을 붙이려고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입춘방을 부칠 정도로 입춘날의 축문은 소중하게 여겼고, 입춘방을 대문과 기둥에 붙여야 그 해에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 마음으로 한 풍속이었다.
입춘방 중에 제일 쉽게 떠오르는 문구는 다음과 같은 글귀라 떠오른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국태민안(國泰民安),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이 말들의 뜻도 모두가 행운을 비는 마음의 표출인 것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에서 길(吉)자의 의미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는데, 그 중심은 운수가 좋을 조짐이라 할 수 있다. 길(吉)자는 ‘길하다’는 뜻과 ‘좋다’는 뜻이 있는데, 이를 풀이해 보면 士(신사 사)는 무기를 그린 것이고, 口(입 구) 그 무기를 보관하는 그릇으로 풀이하고 있다. 병기를 보관하자면 그 그릇이 튼튼해야 하고 튼튼한 것은 ‘좋은 것’이므로, 길상(吉祥)이라는 의미가 나왔다는 학설이 있는가 하면, 士(신사 사)는 남자의 생식기를 그린 것이다는 학설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길(吉)자는 좋은 일을 소원하기 위한 마음을 담은 그릇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입춘날 입춘방을 ‘입춘대길’이라고 한 것도 언제나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글귀일 것이다.
국태민안(國泰民安)도 나라가 튼튼하고 백성들은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축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는 글귀도 있는데 ‘문을 열면 가득한 복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을 연다는 뜻은 무엇일까? 대문(大門)을 열어놓는다는 뜻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싶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는 것은 아무런 욕심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노라면 욕심 부리지 않아도 복은 찾아오게 된다는 말이다.
실로 진정한 복은 물질이 아니다. 즐거운 마음이 복인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이 있다 해도 마음이 즐겁지 않으면 그 돈은 복이 아닌 것이다. 그러기에 아우놀드 쉬네트는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모든 재물 가운데 단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만족을 선택하겠다. 행복을 가짐으로써 부러워하는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복이란 마음의 문을 열어 놓은 것이고, 만족의 의식을 지니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불행한 것이다. 입춘의 의미도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여는 계절의 문이라 할 수 있다. 겨울내 얼어있던 대지를 풀어주고 잠자던 생명을 일깨우는 날이 입춘날이라 생각하고, 입춘방도 써서 붙이고 일년을 새롭게 살기를 다짐하는 날이기도하다.
입춘날에 입춘방을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금 마음의 문이 열려있지 않고 닫쳐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린 마음은 너그럽고 사랑의 감정이 있지만, 닫친 마음은 그 누구의 마음도 들어갈 수 없기에 딱딱하고 차가운 마음으로 남을 미워하게 되니, 욕심이 곧 닫친 마음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상생(相生)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말은 그럴듯한데 행동은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상생이란 말은 민속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남·녀의 화(和)를 정하는 미신에서 나온 말인데, 오행설(五行設)에 의하면 ‘쇠는 물, 물은 나무를, 나무는 불을, 불은 흙을, 흙은 다시 쇠를 만들어 준다’는 말로 상생의 의미는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을 뜻 한다.
생각해 보면 봄도 서로 도우며 사는 계절이다. 따스한 햇살은 땅을 풀리게 하고, 풀린 땅은 새싹을 돋아나게 하여 꽃을 피게 하고 열매도 맺게 한다.
흙과 물, 물과 새싹, 햇살과 생명이 어우러져 융화하는 것이 봄이며, 봄이 시작되는 날이 입춘이어서 상생의 날이다. 봄날의 문이 활짝 열리는 입춘 날이다.
이처럼 의미 있는 날을 생각하며 인간의 마음도 활짝 열려 대길(大吉)과 태평(泰平)의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문이 열려야 행복해지는 것이다.

/ 이 철 수 서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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