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별 기 고] 안면도국제꽃박람회에서 태안의 기적 보았다
[특 별 기 고] 안면도국제꽃박람회에서 태안의 기적 보았다
  • 충남도의회의장 강 태 봉
  • 승인 2009.05.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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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5시가 되면 온천욕을 하러 집을 나선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도 불어오는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년 중 꽃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언제부턴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 곳곳이 많은 박람회와 축제로 들썩인다. 1950년대 누구나 힘든 보릿고개를 넘기던 그 시절, 나는 소년기를 보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이 있기 전까지 배부르게 밥만 먹여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고 했던 때가 불과 삼사십년 전 일이다. 그 시절엔 박람회도 축제도 없었다. 아직도 우리 세대에겐 박람회, 축제가 어색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7차까지 이어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산업화의 길을 걷던 영국은 1851년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공업제품들을 전시 했는데, 이것이 근대적 의미의 첫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초기의 박람회들은 생산품의 개량발전과 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세계적인 꽃 축제인 네덜란드의 ‘큐켄호프(Keukenhof) 꽃축제’는 구근재배농가들이 구근 판매를 목적으로 연례행사의 하나로 야외 꽃 전시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는 다양한 꽃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꽃박람회를 개최하는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네덜란드와 같은 화훼선진국들은 꽃판매의 교역의 장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1999년 중국곤명국제꽃박람회처럼 오지를 개발하거나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꽃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리고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처럼 황폐해진 지역을 복구하여 새롭게 탄생된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2009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로부터 공인받은 국제적인 행사로, 국내 화훼산업의 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는 물론,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얼룩진 태안의 이미지를 벗고 ‘청정 고장’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개최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로 한 순간에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지역은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 할 것처럼 보였지만 온 국민의 성원과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결국 전 세계인이 놀랄만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전국 각지에서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탁 트인 꽃지해수욕장의 맑고 깨끗한 바다와 1억2000송이의 꽃들의 대향연을 바라보며 ‘태안의 기적’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꽃, 바다, 그리고 꿈’이라는 주제로 ‘2009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의 막이 오른 지 수일이 지난 지금 각종 매스컴에선 벌써부터 꽃박람회의 성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꽃지해안공원과 수목원 일대의 7개의 전시관과 15개의 테마공원에서 모두 1억2000송이의 꽃이 전시된 가운데 연일 관람객 신기록을 경신하며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진입로에서부터 잘 가꿔진 가로수들과 도로 옆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벌써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형색색 아름다운 꽃으로 물든 꽃박람회장을 둘러보며, 그 동안 꽃박람회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려온 꽃박람회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고마운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박람회장 곳곳이 볼거리로 넘쳐나고 있지만 특히, ‘100만송이 꽃터널’을 지나 일일이 기름을 거둬냈던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상징하는 ‘기적의 손’을 보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며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우리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기 복원을 바라며 6만송이 꽃으로 재현한 토피어리 숭례문과 70m에 달하는 터널에 1만여개의 조롱박이 열리는 조롱박터널 또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행사장 곳곳을 수놓은 아름다운 꽃들은 ‘꽃, 바다 그리고 꿈’이라는 박람회의 주제처럼 보는 이들의 가슴속에 커다란 감동과 꿈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모쪼록, 이번 꽃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앞으로 안면도가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태안의 지역민들이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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