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원재료 값보다 더 싸게 팔리는 전기, 녹색성장 가로막아
[제언] 원재료 값보다 더 싸게 팔리는 전기, 녹색성장 가로막아
  • 한국전력 충남본부 고객지원담당 이화철 차장
  • 승인 2009.05.28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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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분야에 막대한 예산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작은 에너지 낭비를 막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전기는 1차 에너지원을 사용해서 나오는 2차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석유, 석탄과 같은 1차 에너지보다 더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열량을 기준으로 한 에너지 가격을 살펴보면 전기요금이 100원일 경우 등유는 162원, 경유는 188원으로 에너지 소비 왜곡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고비용 에너지인 전기를 저렴한 것으로 인식, 난방용 연료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난방용 전력사용량은 2003년 725만kw에서 2007년에서 1,341만kw로 85%나 증가했다.
그 결과 비닐하우스 재배농가에서는 연탄이나 석유보다 싼 전기를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24시간 켜져 있는 간판은 업무용 전기로 분류되어 누진율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또 화훼나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기름 대신 전기를 이용한 난방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러한 왜곡된 전기요금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적 에너지 손실액은 연간 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산업전반에 대한 영향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전기요금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도시가계 지출비용의 4만2천원으로, 14만원에 이르는 통신비의 1/3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4년을 기준으로 한 상품 명목가치 비교시 지하철은 7.5배, 자장면은 10배 인상된데 비해 전기요금은 불과 1.2배에 그쳤다.
또한 국제적으로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을 100으로 볼때 일본은 170, 영국은 179로 나타나 우리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에너지의 과소비를 초래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한전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한전은 지난 한해 관리가능예산의 26%를 절감하는 긴축경영을 통하여 1조3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하였으나 3조원의 경영적자가 발생되었다.
올해도 대규모 인력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꾀하고 있으나 이런 요금구조가 지속될 경우 큰 폭의 경영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국민의 세부담으로 남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는 전기요금 저가정책으로 왜곡된 에너지 다소비 구조개선을 통한 국가전체의 효율성 향상과 사회적 이익 증대라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때이다.
불필요한 에너지 수입을 방지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구축을 위하여 전기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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