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49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49
엘레인, 샬럿의 아가씨와 라파엘 전파의 미학(3)
  • 충남일보
  • 승인 2007.05.02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합소녀 엘레인.(M. 보울린)
토마스 말로리의 작품을 10편 연작의 ‘왕의 목가(Idylls of King)’로 재구성한 테니슨은 제6권 ‘란슬럿과 엘레인(Lancelot and Elaine)’에서 거친 세상의 풍파에서 비켜나 있는 아스톨랏 성의 미인 아가씨 엘레인을 노래한다.
‘미인 아가씨 엘레인’은 후에 ‘샬럿의 아가씨’로 변형되어지는데, 엘레인은 순박하고 순수한 백합이다. 테니슨은 엘레인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아름다운 엘레인, 사랑스런 엘레인
애스톨랏의 백합소녀 엘레인
그녀의 방 동쪽 꼭대기에 있는 성으로 올라가
란슬럿의 신성한 방패를 보호하네.(1-4)

엘레인은 어머니가 일찍 죽었기 때문에 아스톨랏 성을 다스리는 아버지 버나드 경과 오빠의 시중을 들고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을 하며 성에서 형제들끼리만 지내온 백합 같은 여자다.
따라서 그녀가 외부인을 처음 만나게되는 것도 기사중의 꽃이라 칭해지는 란슬럿이 아스톨랏 성을 방문했을 때이며, 그 이전까지는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어서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만날 필요가 없었다.
란슬럿이 성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그의 궁정 예절에 압도당했다.
궁정의 예절양식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녀는 란슬럿이 품위 있게 대하고 칭찬하는 말을 사교적인 차원으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것을 곧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처녀다.

란슬럿이 말을 그쳤을 때, 그를 쳐다보기도 전에
부드러운 목소리에 사로잡힌 백합소녀 엘레인.
눈을 위로 향하며 그의 얼굴을 읽고 있었다네.

왕비에게 향한 위대하고 부정한 사랑은
군주에게 보내는 사랑과 싸워
그 얼굴에 상처를 내고 일생에 증거를 남겼네.
뺨에 난 칼자국과 흉터는
그녀의 나이보다도 두 배나 많은 것이었다네.
그녀는 눈을 들어 상처 나고 갈색피부를 가진
그를 사랑했네.
그녀의 죽음을 부르는 비운의 사랑을.
(241-243, 255-259)

엘레인은 한 눈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가 기사로서 얼굴에 많은 칼자국이 나있고, 그것은 아서왕의 왕비 기네비어를 사랑한 대가로 표현되어 있지만, 여주인으로서 엘레인은 궁정 매너에 익숙하여 품위를 유지하고 사교적인 란슬럿에 관심을 보이고 란슬럿은 그 답례로서 웃음과 친절한 말을 선사한다.
그러나 기사중의 기사 란슬럿이 보인 품위 있는 격식을 그녀는 사랑의 예절로 착각한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