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형이고 나는 나일 뿐”
“형은 형이고 나는 나일 뿐”
배우 김태훈, 영화 ‘약탈자들’로 관객 찾아
  • 【뉴시스】
  • 승인 2009.06.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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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동생’ 꼬릿표 떼고 연기욕심 밝혀


영화배우 김태우(37)의 동생 김태훈(34)이 영화 ‘약탈자들’(감독 손영석)로 관객을 찾았다.
18일 개봉될 ‘약탈자들’은 사고로 죽은 ‘병태’(박병은)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역사학자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던 ‘상태’를 화제로 삼아 ‘뒷담화’를 즐기는 영화다. 그들의 회상 속에서 상태는 여자를 밝히고 논문을 표절하고, 조상이 창시개명을 한 친일파라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다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를 대는 ‘찌질남’이다.
김태훈은 화자에 따라 미묘한 차이로 ‘상태’를 표현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화자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모습에 고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저 상태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이 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미묘한 것들이 보였다. 내가 의도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감독이 이런 차이를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촬영하는 동안 두 신 정도는 톤이나 느낌을 과장되게 해 달라고 주문했었다. 설정은 없었다”
그는 상태를 귀여운 인물로 설정했다. “감독님이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짧은 파마머리를 눈여겨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상태가 약간 귀여운 인물인데 머리 스타일을 보고 선택했다고 하더라. 상태는 진지한 면도 있고 이상한 면도 있는 인물로 짧은 미팅을 하면서 나의 디테일한 부분을 포착한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칸이 선택한 형제, 김태우·김태훈
김태훈은 진솔한 김태우의 동생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형제가 나란히 칸국제영화제에 갔다는 점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영화 ‘6시간’이라는 단편영화로 칸에 불려갔었다. 김태우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유럽에 처음 가봤다는 그는 귀여운 동생처럼 해맑게 웃었다.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부산할머니 댁에 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형과 내가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난 것 뿐”이라며 “배낭여행처럼 즐거웠다”고 말했다. “구경도 하고 촌놈처럼 신기해서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많이 보고 많이 즐겼다. 공부가 된 것 같다”
국내 영화제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규모가 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도 좋지만 미장센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국내 영화제들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우 동생이라는 꼬리표도 담담히 받아들였다. “형이랑 닮았다. 얼굴이 똑같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이는 쌍둥이 같다고 말한다. 형제기 때문에 닮은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웃어넘긴다. “초반에 김태우 동생이라는 부분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형은 형이고 나는 나다.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태우, 김태훈에게는 큰형이 있다. 어릴 적에는 큰형이 가장 끼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맏이만 빼고 둘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본가에 모이면 형제는 일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는다.
“작은 형이 대학교 4학년 때 대학 연극제를 했다. 지금은 연극제가 커져서 30개가 넘는 학교가 참여했지만 당시에는 6개 학교만 있었다”며 “아무것도 모를 당시에 연기 색깔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다”며 추억했다. 형은 그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배려를 해주려고 한 것 같다”

◇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한다”
자신은 운이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올해 그가 출연한 단편영화들이 각종 영화제에 걸리게 됐고 칸에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다 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운만은 아니다. 그는 연극무대부터 드라마, CF, 심지어 뮤직비디오까지 섭렵했다. 좋은 배역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벌써 데뷔 8년째다. 틈틈이 오디션도 보고 독립영화에는 곧잘 출연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자신의 이력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고 고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뿌리가 없다고 할 수 있고, 또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해 봤다고 할 수 있고…,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웃는다.
그는 오직 연기만 했다고 한다. 형과 마찬가지로 외길 인생이다. “학교에서 연기가 다르지 않다고 배웠다.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 다 똑같은 연기다.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연기는 같다”고 강조했다.
연극을 하던 그가 영화로, 카메라라는 필터를 한번 거쳐야 하는 장으로 옮길 때 자연스럽게 체득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결국 올해 ‘6시간’을 비롯해 ‘약탈자들’, ‘물의 기원’이 각기 다른 색깔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약탈자들’은 독립영화축제인 인디포럼, ‘6시간’은 미쟝센단편영화제, ‘물의 기원’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앞서 그의 데뷔작인 ‘달려라 장미’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됐다.
생후 6개월 된 딸이 있는 그는 현명한 부인의 내조 덕에 이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랑이다. 그가 칸으로 향할 때도 부인은 적잖은 조언을 했다. “화려하게 상업영화로 진출 할 기회도 있겠지만 작은 영화도 특별함이 있다. 칸에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부인이 격려했다고 한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패스의 경로를 순간순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자신의 급한 성격 탓이란다. 그러나 기다림의 직업인 ‘배우’가 되면 급한 성격은 느긋함과 편안함으로 바뀐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죽도록 연습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연기가 묻어나길 바랄 뿐이다. “(어떤 욕심이나 갈망 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한해 한해 지냈다”며 느긋하다. 그러나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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