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용 외 돈 요구받았다”… 어느 초선 시의원의 양심고백
“선거비용 외 돈 요구받았다”… 어느 초선 시의원의 양심고백
김소연 대전시의원, SNS 통해 공개 ‘파장’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8.09.27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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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대전시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일부.
김소연 대전시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일부.

[충남일보 이호영 기자] 대전의 한 초선 광역의원이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 특정 선거운동원으로부터 공식선거비용 외 불법 선거자금을 끊임없이 요구받은 사실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선거철마다 정치권 안팎에서 암암리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바로 서구 6선거구, 월평1·2·3동과 만년동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소연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거짓과 과장, 허위의 뜬소문들이 곧 역사가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정치에 나서게 될 예비 청년 정치인들을 비롯한 초보 정치인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써서 남긴다”며 이 같은 사실을 전격 고백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로 시작한 이 글을 통해 김 의원은 당시의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선거 초반 믿을만한 사람(A씨)으로부터 한 사람(B씨)을 소개받았다. A씨는 “B씨가 선거의 달인이고 믿을만한 동생이니 뭐든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B씨의 주변에서도 “B씨는 몇 천만 원을 주고 모셔와도 부족할만한 실력자다. 복 받은 줄 알아라. 선거를 이렇게 쉽게 치르니 얼마나 좋으냐. A에게 감사해 해라. 우리들은 A씨의 사람들이다. A씨를 봐서 도와주는 것이니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해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동네 주민의 장례식장에 가서 인사를 하되 A씨의 이름으로 봉투를 넣고 오라거나, A씨의 사조직에 와 봉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문을 했다. B씨와 함께 항상 사무실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선거운동 중간 중간 변호사 신분으로 재판에 다녀오는 김 의원에게 “돈 많이 벌어 와라. 돈 많이 벌어 와야 우리한테 또 쓰지”라며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 B씨가 김 의원에게 공식선거비용 외 5000만 원 정도의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한 부분.

김 의원은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한지 2~3주 정도 된 어느 날 B씨는 ‘지난번에 A씨가 준비하라고 한 돈을 다음 주까지 준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이 공식선거비용 5000만 원을 얘기하는 것인지 되묻자 B씨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느냐. 1억 원은 넘게 들어간다”고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때부터 B씨를 멀리하자 그는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고, “A씨가 몇 년 전 선거에서 썼던 비용”이라며 표를 보여주며 왜 1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하려 들었다. 김 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이나 단체 회장들에게 밥을 사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니, A씨가 밥을 사고 다니면서 A씨의 인지도를 이용해 김 의원을 홍보해주려면 그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지적에도 “A씨처럼 돈을 쓰고 다녀야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감옥 갈 사람 여기 있지 않느냐”며 스스로를 가리키기까지 했다고 한다.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6개월임을 감안하면 B씨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A씨가 처벌받지는 않겠지만 정치권 내에서는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물론 김 의원은 “이후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B씨 없이 무사히 선거를 치렀고, 시의원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 의원은 27일 본인의 글과 관련해 “지방의원은 시민의 대표로, 능력과 자질을 떠나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추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특히 정치 초년병들에게 이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간의 일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그동안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그냥 넘어갔는지, 아니면 저만 그냥 못 넘어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다”며 “설령 예전에는 이러한 일들이 암묵적으로 용인이 됐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이번 고백이 앞으로 지역 정치권의 선거풍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김 의원의 글과 관련해 긴급하게 사실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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